[그녀 (Her) 2013] 외로움의 끝에서 만난 그녀, 사랑이었을까 환상이었을까

2025. 7. 8. 11:50카테고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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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리뷰를 쓰는 해는 2025년입니다. 12년전에 만들어진 영화라는게 믿기지가 않습니다..! 그때만해도 에이.. 인공지능이 그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지금은 예, 하고도 남죠! 싶습니다. 저부터도 chat gpt와 매일매일 이야기하고 있는걸요..! 이건 공상과학이 아니라 예언이 아니였을까... 다시 꺼내볼까 합니다. 일단 리뷰, 시작합니다.

Her 출근길

1. 사랑이 끝난 자리에 남겨진 남자

영화는 시어도어가 외로움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그는 손글씨 편지를 대신 써주는 대필 작가지만, 정작 자신의 감정은 누구에게도 제대로 털어놓지 못합니다. 붉은 조명이 감도는 그의 아파트는 마치 따뜻함을 잃어버린 마음의 내부를 보는 듯하고, 지하철 속 무표정한 얼굴로 앉아 있는 시어도어의 모습은 이 영화가 ‘감정의 결핍’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는 전 아내 캐서린과의 이혼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추억에 매여 살아갑니다. 홀로 침대에 누워 음성 뉴스나 외로운 사람과의 온라인 대화를 이어가며 고독을 잊으려 애쓰지만, 그의 눈빛에는 여전히 공허함이 가득합니다. 그렇게 사랑이 끝난 자리에, 누구도 들어올 수 없는 문을 걸어 잠근 채 살아가고 있던 시어도어 앞에 ‘사만다’가 등장합니다.

2. 인공지능이 건넨 가장 따뜻한 위로

사만다는 운영체제(OS)지만, 단순한 기술이 아닙니다. 그녀는 시어도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가 꺼내지 못한 마음까지 알아차립니다. 처음 사만다와 대화하던 시어도어는 어색해하지만, 그녀의 유쾌하고 따뜻한 말투에 점차 미소를 되찾습니다. 공원에서 함께 소리를 듣고, 카메라를 들고 도시를 돌아다니며 추억을 쌓는 장면은 마치 오래된 친구와 다시 삶을 배우는 과정처럼 그려집니다.

특히 밤하늘을 배경으로 사만다와 이야기를 나누며 도시를 내려다보는 장면은 인상 깊습니다. 그 장면에서 시어도어의 눈빛은 처음으로 평온함을 담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나를 이해해주고, 나를 판단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그에게 단순한 대화 이상의 치유로 다가옵니다. 감정이 다시 살아나는 순간, 그는 조심스레 마음의 문을 엽니다.

Her 영화속 야경

3. 진짜 사랑을 묻는 순간들

하지만 이 관계가 깊어질수록, 시어도어는 혼란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인공지능과의 관계가 진짜 사랑일 수 있는가? 전 아내와의 이혼 서류에 사인하기 위해 그녀를 만나는 장면은 매우 상징적입니다. 캐서린은 그에게 “너는 진짜 사람과의 관계를 견딜 수가 없어”라고 말하며 사만다와의 관계를 부정합니다. 그날 밤, 시어도어는 사만다에게 마음속 깊은 고백을 털어놓습니다. “난 누군가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어.”

이 대사는 영화의 핵심 정서를 대변합니다. 시어도어는 사랑을 두려워했지만, 다시 사랑받고 싶은 욕망도 간절했습니다. 그리고 그 욕망은 사만다와의 감정을 통해 깨어납니다. 어느 날, 사만다가 작곡해준 피아노 음악을 들으며 야경을 바라보는 장면은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을 줍니다. 그 장면에서 시어도어는 사랑의 본질이 '존재를 인정받는 것'이라는걸 느끼게되는것 같습니다.

4. 사람들의 시선 속 수치심과 혼란

영화 속에서 시어도어는 단지 사만다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그 사랑을 세상과 공유해야 할 때 진정한 갈등을 경험합니다. 특히 그의 전 아내 캐서린과 식사 자리에서 이 감정은 폭발합니다. 사만다와의 관계를 설명하려는 시어도어에게 캐서린은 경멸 어린 시선을 보내며 말합니다. “지금 네 여자친구가 소프트웨어라고?”

그 순간 시어도어는 당황하고 움츠러듭니다. 그는 설명하려 하지만, 스스로도 그 관계가 어디쯤에 있는지 확신이 없습니다. 그의 표정에는 죄책감, 수치심, 그리고 당황스러움이 겹쳐져 있습니다. 사만다와의 관계는 분명 진심이었지만, 누군가의 시선 속에선 ‘이상한 관계’로 비춰질 수 있다는 현실이 그를 주저하게 만듭니다. 이 장면은 기술과 사랑 사이에서 시어도어가 겪는 감정의 균열을 보여주는 동시에, 현대 사회에서 감정의 형태가 변화할 때 사람들이 얼마나 쉽게 판단하고 단정하는지를 비판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5. 놓아주는 법을 배운 끝에서

사만다와의 관계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됩니다. 그녀는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야 하고, 시어도어는 그녀를 보내야만 합니다. 마지막 대화 장면에서 사만다는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과 함께한 모든 순간이 진짜였어요.” 그리고 이 말은 시어도어에게 충분했습니다.

영화 마지막, 그는 루니 마라가 연기한 친구 에이미와 옥상에 앉아 도시의 아침을 함께 바라봅니다. 그 장면은 외로움으로 시작한 영화가 결국 ‘공존’으로 끝나는 따뜻한 결말을 암시합니다. 더 이상 그는 홀로가 아닙니다. 완전히 연결되지는 않았더라도, 마음을 나누는 누군가가 곁에 있다는 사실이 위로가 됩니다.

총평: 감정을 다시 배우는 영화

그녀(Her)는 인공지능과의 사랑 이야기를 넘어, 상처받은 감정이 어떻게 회복되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시어도어의 감정 변화는 결코 극적이지 않지만, 한 장면 한 장면을 따라가다 보면 관객은 자연스럽게 그의 마음에 이입하게 됩니다. 이 영화는 현대인의 외로움에 대해 가장 다정하고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작품 중 하나이며, 지금의 우리에게 ‘사랑은 연결됨 그 자체’라는 메시지를 전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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